솔체꽃, 작년에 씨앗을 처음 뿌렸을때엔 기운없이 잠깐 폈다가 져버렸만, 땅속에서 겨울을 지낸 너는 참으로 기운차 보이는구나. (제너럴닥터 에서 Instagram 으로 촬영)
채식을 하면서 예전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들에 손이 가게 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두유이다.
콩을 그냥 먹기엔 맛이 없으니,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잔뜩 달게 만든 다음 몸에 좋은 음료라고 파는, 모순이 가득한 음료라는 생각이 있었다. 두유를 볼때마다 저렇게까지 콩을 꼭 먹어야 해? 라는 삐딱한 시선으로 보곤 했었다.
비건 채식 16일째, 언제 흉봤냐는 듯이, 거의 매일 1-2개씩의 두유를 먹는다. 두유의 단 맛은 여전히 별로이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콩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전엔 굳이 콩을 먹을 이유가 없었지만, 비건채식을 하는동안엔 단백질을 얻을수 있는 식재료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콩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뭐, 사랑도 변한다는데 입맛쯤이야…
이왕 먹는거, 종류별로 부지런히 먹었는데, 맛도 모양도 참 각양각색이다.
그러면서 두유들의 성분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먹어본 두유 대부분 원재료가 수입산 콩이었다. 어떤 두유는 ‘호주산’이라고 표시가 되어있었고, 나머지 두유들은 그냥 ‘수입산’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물론 국산 콩으로 만든 두유도 1가지 보긴했다. 왠지 더 걸쭉한 맛이었..) 왠지 속은 느낌(왜!)이 들었지만, (이왕이면 국산 콩으로 만든 두유로) 계속 먹을 계획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한것이, 두유는 왜 이름이 두유인걸까? 콩의 젖!??
Vegan 채식을 시작한지 딱 열흘 째, 음식을 구분하는 기준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음식 맛에는 점점 관대해져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에전엔 맛이 없다고 느꼈던 음식이라도 맛있게, 더 나아가 고마운 마음으로 먹게 되었다. 내가 언제 음식에 고마움을 느낀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감정임에 틀림없지만, 왠지 이런 마음을 느끼게 된것도 왠지 고맙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쯤 vegan 채식인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을 발견하여, 채식인이지만 다양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못하였다. 마음으로는 음식에 고마워하며 그동안 관심을 갖지 못했던 식재료들을 찾아서 하루하루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음식이라는 것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서 고민하고 만들었던게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음식에 무심한 습관이 몸에 이미 베어버린터라 새로운 맛은 커녕, 제대로 된 식사도 잘 못챙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닥을 시작하면서 초기에 메뉴를 만들기 위해 요리에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어느정도 메뉴가 안정화되면서 이제는 새 메뉴가 나올때만 반짝 요리에 집중하곤 한다.) 심지어, 밥을 못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눈앞에 보이면, 우선 먹고 보는 이상하고 무서운 버릇이 생기려고 한다.
이러다 살 빠지기는 커녕 살이 더 찌겠다는 불안감 속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채식을 하기 어렵다는 말을 절실히 실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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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결심 (아니, 사실은 어제의 결심) : 중국집엔 가지 않겠다. 당췌, 먹을 수 있는게 없구먼. 그리고 채식음식이라 기뻐하며 즐기려고 했던 맥주는 뱃살 때문에라도 잠시 중단해야겠다.
오늘의 식단 : 아침엔 밥과 나물반찬과 호박잎쌈, 점심엔 감자튀김과 오렌지, 간식으로 바나나 1개와 두유, 저녁으론 버섯가지야채비빔밥 (단백질이 두유로는 충분하지 못할거란 불안감의 식단)
채식을 하면 못먹게 되는 음식들을 하나 둘씩 떠올려봤을 때, 맥주가 곡물로 만들어졌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럽게 여겨졌는지 모른다. 아마 술도 못마시게 된다고 했다면 내가 과연 채식을 시작하겠다고 결심이나 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뭐 그렇다고해서 내가 술을 엄청 많이 마시거나, 술없이 못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믿고있음) 종종 일 끝나고 늦은 시간에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 한 잔을.. 뭐 혹은 두 잔.. 뭐 때론 서너 잔을 즐기는 정도인데, 그게 뭐 별거이겠냐만은, 그걸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여간 서운한게 아닐 것 같다.
왠지 헤어질 뻔 한 오랜 친구를 다시 찾게 된 마음으로, 앞으로 더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흐흐
ㅇㅅㅇ
vegan 채식을 결심하고 4일째, 보는사람들마다 살빠지냐고 물어보는데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 느낌이랄까? 체중계 상으로는 1kg 의 감소가 있었지만, 1kg 쯤이야 밥한번 배부르게 먹어도 생기고 X 한번 시원하게 내보내도 빠지는 뭐 그런거다보니 살이 빠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분명한건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몸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 정도는 있는것 같다. (굉장히 주관적인 느낌)
사실, Pesco 단계에서는 일상에서 체감할 정도의 큰 변화가 생기지도 않았었고, 큰 의지가 필요한것이 아니었는데, vegan 단계에서 너무나 명확하게 여러가지에서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일단 가장 큰것은 간식을 먹는 횟수이다. 일단, 우유와 달걀이 들어간것을 안먹게 되니,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매우 제한적일수 밖에 없고,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찾아내는데 투자할 시간이 없다보니 바쁘고 귀찮아서 자연스럽게 안먹게 되었다.
문득 지금까지 내가 배고픔을 느끼거나 습관적으로 먹었던 간식들을 떠올려보았다. 워낙에도 단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초컬릿이나 사탕은 잘 먹지 않았는데, 과자, 빵, 아이스크림, 음료수, 믹스커피 등등 순간순간 곁에 있는것을 쉽게 (말 그대로) 주어먹었던것 같다. 워낙 먹는것을 좋아해서 특별히 가리지 않고,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가까이 손에 닿는것을 먹는 그런 생활을 자연스럽게 해왔다.
막상 vegan 단계의 채식을 하면서 간식을 전혀 안먹게 되고나니, 그동안 먹었던 어마어마한 양의 간식들이 매우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뭐 한달 뒤 쯤 채식을 포기하고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하는것은 아니지만,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더라도 간식은 조금 줄여야 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조금 익숙해지면, 이제 슬슬 개인으로써 할 수 있는 고민에서 조금 더 고민의 범위를 확장시켜봐야겠다.
오늘의 식단
아침 : 밥, 두부조림과 감자 반찬
간식 : 떡 한쪽
점심 : 유부초밥 (편의점표)과 두유
간식 : 두유 (내가 원래 두유를 이렇게 좋아했었던가 ㅋ)
저녁 : 집밥 (밥, 두부구이, 된장국, 오이지, 깻잎, 생채)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워낙에는 먹’는’ 것을 참 좋아해서 맛있는 음식은 맛있어서 먹고, 맛없는 음식은 배고프니까 먹고, 유명한 음식은 유명하니까 먹고, 유행하는 음식은 유행이니까 먹었죠.
돈이 있을땐 비싼 음식을 먹고, 돈이 없을땐 싼 음식을 먹고, 시간이 많을땐 여유롭게 만들어서도 먹고, 바쁘고 정신없을땐 허겁지겁 대충 사서 먹었습니다.
게다 술도 좋아해서 치킨은 맥주 안주로 알맞아서 먹고, 골뱅이나 삼겹살은 소주 안주로 알맞아서 먹는, 아주 고민없는 식생활을 유지해왔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일상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었고, ‘오늘은 뭘 먹지?’라는 생각이 하루 중의 많은 시간을 차지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늘 뭘 먹을지에 대한 고민은 깊이가 매우 얕아서 수많은 먹을거리 중에 고르거나, 고르지 못하면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것을 먹으면 되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30년 넘게 고민없이 살아가던 어느날, 캐롤라인 스틸의 ‘도시를 먹여 살린다는것’에 대한 TED talk (http://www.ted.com/talks/lang/en/carolyn_steel_how_food_shapes_our_cities.html)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숲들이 농경지로 바뀌고 있고, 그 곳에서 생산되는 많은 곡물들이 도시에서 고기로 소비되는 동물들의 사료로 쓰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또 도시인들은 먹을것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먹을것에 대한 고민이 아주 조금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동수단이 발달하게 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축이 도살되는것도 육류 소비 증가에 한몫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사람들은 냄새를 맡지 않는다는 말도 새삼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먹을것에 대한 고민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도시에 사는 개인으로서, 의료인으로서, 음식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도시에서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 고민을 적극적으로 꾸준히 해 볼 생각입니다.
우선은 가장 작은 범위의 개인으로서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육류의 섭취가 증가하면서 도시를 먹여살리기 위한 음식의 생산 구조가 점점 비효율화된다면, 저 혼자 개인의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채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3개월간 Pesco 레벨(생선을 비롯한 해물과 달걀, 우유는 먹는 비육식 단계)의 채식을 진행하였습니다. Pesco 레벨의 채식을 하는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저의 오랜 친구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헤어졌다는 점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이별이었기에,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아니, 내 X이 형태가 있었다니!!! 매일 하루에도 2-3번씩 설사를 하던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죠. 이번주가 시작되면서 vegan 채식에의 도전도 시작했습니다. 도시에서, 특히 서울에서 vegan으로 산다는 것을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는 개인으로서의 고민도 지속적으로 하겠지만, 의료인으로서, 음식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도시에서 생협을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서도 무엇을 위해 어떤일을 할 수 있는지를 더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의 신념에 의한 작은 노력이 어떤 재미있는 혹은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해봅니다.




